“양손 수술 잘 하려 왼손 젓가락질한 선생님” 대동맥 수술 명의 추모 물결 [조선닷컴]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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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943회 작성일 2023-06-19 08:19
“양손 수술 잘 하려 왼손 젓가락질한 선생님” 대동맥 수술 명의 추모 물결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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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수술 잘 하려 왼손 젓가락질한 선생님” 대동맥 수술 명의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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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1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1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박상훈 기자

주석중(59)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우회전하던 트럭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주 교수를 치었다. ‘대동맥 수술 명의(名醫)’가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은 그가 살린 환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추모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퍼졌다.

17일 새벽 ‘나를 살린 선생님’이란 내용의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일주일 전에 뵌 것이 마지막일 줄이야. 선생님 덕분에 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추모 글이 잇따랐다.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병원 근처에서 사셨던 분. 저도 그렇게 해서 살아났습니다’ ‘DNA까지 의사이셨던 분’ ‘다른 병원에서 힘들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선생님, 제 목숨의 은인’….

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1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故 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1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故 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박상훈 기자

18일 새벽에는 ‘아버지가 대동맥류 심장 질환으로 쓰러졌을 때 교수님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명절에도 병원에서 숙식하시던 분. 병실에 불쑥 찾아오셔서 위로해 주시던 교수님. 사랑합니다.’

빈소에는 의료계 동료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발길도 이어졌다. 회진 시간이 아닌데도 병실을 돌며 환자를 돌보고 기도해 주던 주 교수의 모습을 기억 속에 간직한 이들이다. ‘2009년 6월 교수님께 수술받은 강00’ ‘2020. 9. 대동맥판막 수술 환자 조00’ 같은 글귀가 쓰인 부의금 봉투도 여럿 보였다. 주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온 입원 환자들은 19일 오전 함께 조문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조화 등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유족들은 주 교수를 “환자밖에 모르던 사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주 교수는 1998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근무를 시작하며 병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한다. 응급 환자가 생기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다. 동료 의사들은 그를 “대체 불가능한 실력의 의사”라고 했다.

지난 16일 교통사고로 숨진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생전 수술방에서 잠시 짬을 내 촬영한 사진(왼쪽). 주 교수의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보낸 부의금 봉투(오른쪽). /노환규 페이스북·박혜연 기자
지난 16일 교통사고로 숨진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생전 수술방에서 잠시 짬을 내 촬영한 사진(왼쪽). 주 교수의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보낸 부의금 봉투(오른쪽). /노환규 페이스북·박혜연 기자

주 교수는 사고 이틀 전인 14일 수술이 길어져 새벽 3시 30분에 귀가했지만, 잠을 거의 못 자고 바로 출근했다. 사고 전날에는 처가 식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으나 급한 수술이 잡혀서 가지 못했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사진을 보니 두 동강 난 자전거와 서류 가방, 대형 할인점에서 산 신발이 보이더라”고 했다. 집에서 진료 관련 서류를 갖고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생전 병원 소식지에 “장시간 수술이 버거울 때가 있지만,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되면 힘들었던 걸 다 잊는다”고 썼다. 그는 술과 골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손 수술에 더 익숙해지려 집에 돌아와서도 왼손으로 젓가락질하고 바느질하는 연습을 했다. 어쩌다 쉬는 날에는 집에서 빵을 만들어 가족, 친지들과 나눠 먹는 걸 좋아했다. 남편의 모습을 지켜본 주 교수의 아내는 봉사 활동을 하려고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주 교수는 최근 비인기 전공인 흉부외과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고생스럽고 위험 부담이 큰 분야이지만, 꼭 필요한 분야인 만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재가 모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주 교수처럼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뤄내는 ‘조용한 영웅’들에 의해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인재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는 살아날 수 있는 소생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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